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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마을 그리고 신,

대화의 장

THEMA_ZONE2019.10월호

마을에 큰일이 닥치면 마을 주민들은 가장 먼저 신을 찾았다. 자연재해가 닥치면 분노한 신을 위로하기 위해 기도했고 농사를 시작할 때는 풍년을 기원하며 신을 찾았다. 염원하는 마음이 클수록 신을 만나는 제의는 더 화려해졌다. 마을이 신과 만나는 특별한 대화의 장, 제의는 마을을 묶는 축제가 되고 문화가 되어 현재로 이어져 오고 있다.
강릉 단오제
음력 5월 5일, 모내기를 끝내고 한해 농사를 점치는 단오. 강릉에서는 신에게 제의를 지내왔다. 단오굿, 단양제로도 불리는 강릉 단오제는 제의이며 축제이다. 대관령국사서낭과 그의 부인인 대관령국사여서낭에게 올리는 강릉 단오제는 음력 3월 20일경 제주인 신주를 빚기 시작해 50여 일간 진행되는 대규모 제의다. 특히 음력 4월 중순쯤에 열리는 서낭신 모셔오기 행사는 무척 중요하다. 대관령에서 산신을 위한 제의를 한 후, 음력 5월 1일부터 5일까지 신목과 서낭을 마을로 모시고 남대천 근처 신당에서 단오굿을 펼친다.

강릉단오제 / 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춘천 전치곡리 마을제
춘천 전치곡리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삼월삼짇날 오전 7시에 제의를 지낸다. 아주 오래 전, 한반도에 많은 야생 호랑이들이 살던 시절, 전치곡리 마을은 호랑이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어느 날, 마을에서 한 아이가 사라졌고 마을 사람들은 서낭당에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후 호랑이로 인한 피해가 사라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치곡리 마을은 삼월삼짇날 서낭신에게 성황제를 지낸다. 제의를 주도하는 제관은 마을의 연장자로 개고기나 닭고기를 먹지 않고 목욕재계를 하여 제의에 임한다. 제물로는 통돼지, 술과 과일, 시루떡, 생쌀을 올리며, 성황제를 지내고 나면 거리제를 지낸다.
경남 통영 달포마을 당산제
경남 통영 동달리 달포마을에서는 음력 섣달그믐과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올려 마을의 안녕을 빈다. 이 마을의 마을신은 당산할배라고 부르는 커다란 느티나무이다. 섣달그믐에는 자정쯤 제사를 지내고 정월 대보름 제사는 해가 지면 바로 시작한다. 섣달그믐에는 신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당산할배 느티나무 울타리에 금줄을 치고 신을 보내는 정월 대보름 제에 금줄을 걷는다. 정월 대보름 제의가 시작되면 마을 사람들은 풍물을 치며 당산나무로 향하고 당산제가 끝나면 또 풍물을 치며 마을 삼거리로 온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서 짚더미를 태워 잡귀신을 쫓은 후 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장수하는 어르신이 많고, 마을 밖에서 죽는 객사가 없는 것이 다 당산제 덕이라고 믿고 매년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 당산나무 / 이미지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탄광 산신제
광업소에서는 새 갱구를 열기 전 순조롭게 작업이 잘 되고 석탄이 많이 채굴되기 바라며, 부디 사고가 없기를 바라는 고사를 지낸다. 갱구 하나에 광업소의 사활이 걸릴 만큼 중대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 고사는 매우 특별했다. 관리자와 광부들이 모두 모이면 갱구 앞에 동발을 세워놓고 돼지머리, 시루떡, 과일, 포, 제주를 차려놓고 축문을 읊으며 제를 올린다. 석탄이 산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탄광 사람들은 이 고사를 산신제라고 불렀다. 광업소에서는 갱구를 여는 고사를 지낸 후에도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 광부들의 두려움을 잠재웠다. 탄광 사장에게 다른 종교가 있어도 이 갱구를 여는 탄광 산신제만큼은 반드시 참석했을 만큼 탄광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제의였다.


강원도 장성 고한 탄광지대 및 저탄장 / 이미지 출처 : 공보처 홍보국 사진담당관 ▶
인제군 박대감제
강원도 인제군 현리마을 주민들은 박대감이라는 마을신에게 해마다 음력 10월 1일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를 올린다. 제당은 말 타고 지나는 자들은 반드시 말에서 내려 예의를 표해야 한다는 하마로에 위치해 있다. 제당 근처에 박대감의 묘가 있어 그가 실존했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박대감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박대감이 고려 말의 충신, 정이품 박원공이라는 설이 가장 눈에 띈다. 묘가 생기고 오랜 세월이 흘러 그의 묘지 주위에 다른 성씨들의 묘가 생기기도 했는데, 박대감이 후손의 꿈에 나타나 다른 묘들을 옮겨 달라하여 다른 성씨의 모들은 모두 이장되었다. 박대감제에 사용하는 비용은 마을 공동 자금으로 충당하는데, 일부는 박씨 문중에서 지원한다. 제의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음복을 한다.
순천 구산 용수제

순천 구산 용수제 제물

순천 구산 용수제 제의(화신제)

전라도 순천시 구암면 구산리 마을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이면 마을신에게 화재를 예방해달라는 용수제를 지낸다. 구산리의 오성산이 화국의 형상을 하고 있어 주민들은 마을에 자주 불이 날 수 있다 믿었기에 미리 마을제의를 지내 화재를 예방하고자 했다.또한 구산리 주민들은 물에서 사는 오리가 올려진 짐대를 마을에 세워 화마를 다스리고자 했다. 이 짐대는 3년에 한 번씩 교체한다. 제의 중간에 항아리에 담긴 물을 보며 한해 기상을 예측하는 ‘물보기’를 하기 때문에 물보기제라고도 불리고, 화산제라고도 하는 용수제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2호에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구산마을 주민들에게 깊은 의미를 지닌다.
안성 아롱개마을 미륵고사

미륵부처 전경(보살입상, 석불입상)

경기도 안성시 아양동 아롱개 마을에서는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년 정월 보름이 되면 미륵부처에게 고사를 지낸다. 마을 주위에 흐르는 냇물이 아침에 안개가 끼면 아롱아롱하게 보인다고 해서 아롱개마을이 된 이곳에는 향토유적 10호와 13호에 지정된 2개의 미륵부처가 있다. 아양동 보살입상과 아양동 석불입상. 미륵데기라고 불리는 이 미륵부처는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미륵부처 앞에 실타래를 묶은 통북어, 사과, 밤, 곶감, 대추, 배와 시루떡 등의 제물을 두고 12시 정각에 고사를 지낸다. 1시간 정도 걸리는 고사가 끝나고 나면 농사를 하면서 서로 돕고 공동 작업을 위해 만든 두레패가 집집을 돌며 걸립한다.
은산 별신제
충남 부여군 은산리는 3년에 한 번, 병을 막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은산 별신제를 연다. 제의 기간은 6일로, 비용은 주민들이 모두 마련한다. 택일부터 제의 임원 선출, 물봉하기, 술 담그기, 집굿까지 하고 나야 제의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제의는 진대베기, 상당굿, 본제, 독산제, 장승제, 하당굿을 지낸다. 이 중 상당굿과 하당굿이 별신제의 핵심이다. 마을 제당인 별신당에 모신 산신과 복신장군, 토진대사에 올리는 은산 별신제는 각 절마다 고개를 세 번 끄덕이는 삼배구고두와 그것을 백번하는 고두백배가 특징이다. 주민들이 얼마나 깊은 마음으로 제의를 올리는지 알 수 있다.

은산별신제 / 이미지 출처 : 국립무형유산원

은산별신제 / 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은산별신제 / 이미지 출처 : 국립무형유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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