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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시름을 달래고 평안을 기원하는

민속놀이

THEMA_ZONE2019.11월호

부지런하게 일 잘하고 넘치는 흥으로 놀기도 잘하는 우리 민족은 시름을 달래고, 평안을 기원하는 놀이를 즐겨왔다. 민중의 풍속과 생활 모습을 반영한 민속놀이는 우리 민족의 가장 오래된 민중 스포츠로서 혼자보다 함께 해야 더 즐겁다.
풍작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생산을 상징하는 달이 새해 첫 만월을 맞이하는 정월대보름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이 정월대보름에 한해 풍작을 점치기 위해 많은 마을들이 달집을 태웠다. 달집태우기는 집집마다 준비해서 모아둔 짚이나 나뭇가지를 모아 움막을 만들어 달집을 만들고 그 안에 모든 부정과 근심을 담아 불로 태우는 놀이다. 달집이 어떻게 타는지, 어떤 방향으로 넘어져 타는지에 따라 각 마을은 그해 풍년을 점칠 수 있었다. 달집이 타기 시작하면 ‘망우리야!’ 등을 외치면서 달집 주위를 돌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요즘 지자체에서 달집태우기를 많이 하는데 이때에는 소원지에 소원을 적어서 달집에 건다.





송천달집태우기 / 이미지 출처 : 문화재청 ▶
청년들의 힘겨루기 제주 뜽돌들기
제주에서는 추석, 또는 농한기 때 마을의 젊은 장정들이 무거운 돌을 들어 힘을 겨루는 놀이가 있다. 크고 무거운 돌을 얼마나 높이 드는지, 또 얼마나 오래 드는지, 들고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뜽돌들기에 사용되는 뜽돌은 바닷가나 냇가에서 원형에 가까운 무거운 돌을 구해 사용한다. 내륙에서는 ‘들돌들기’라고 부른다. 마을마다 2~6개 정도 뜽돌을 마련해두고 마을 청년들은 힘겨루기를 하며 사이를 돈독히 했다. 1950년대 전후로 서서히 사라졌지만 읍·면 단위 체육대회 혹은 탐라문화제, 들불축제와 같은 축제에서 뜽돌들기 경주가 열리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풍작 겨루기 마을 대항 횃불싸움

횃불싸움 / 이미지 출처 : 한국세시풍속사전

횃싸움이라고도 부르는 횃불싸움은 마을 대항으로 길흉을 점치는 대보름 풍습이다. 횃불 싸움에서 사용하는 홰는 평상시처럼 주위를 밝히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싸리나 갈대가 아닌 겨릅대와 싸릿대 등 묶음 사이에 관솔을 박은 후 밀이나 기름 먹인 솜을 함께 넣어 만들어 들고 흔들어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횃불싸움은 주로 산골에서 벌어지는데 골짜기마다 횃불이 움직이면서 장관을 이루었다. 평창 미탄 회동 마을은 산 아래 다른 동네와 근처를 새까맣게 태우기도 했는데 이날만큼은 이것을 따로 문제 삼지 않는다. 부상병이 많거나 횃불을 많이 뺏긴 마을은 패배한다. 횃불싸움은 쥐불을 놓으면서 농작물의 피해를 막고 마을 공동체 의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보부상 지신밟기
지신밟기는 정초에 땅을 밟아 마을의 평안과 안정, 가정의 안녕을 축원하는 민속놀이다. 경북 고령군 고령상무사에서는 보부상들의 지신밟기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고령상무사의 지신밟기는 고령상무사 좌사계에서 하던 민속놀이가 계승된 것이다. 고령상무사 좌사계는 조선시대 보부상단의 전통을 잇는 상인단체였다. 이들은 계원들의 상업 번창과 고령군 주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매년 정월 대보름에 지신밟기를 해왔다. 상인을 중심으로 풍물패가 조직되어 계원들의 가정을 차례로 찾아 지신을 밟아주고 현금이나 음식을 받는다. 요즘은 고령군청과 고령군의회 등 공공기관을 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위한 빈상여놀이
고인을 보내는 상례는 경건하게 치러지는 의례이다. 하지만 큰 슬픔에 빠진 상주와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손님들은 놀이와 장난을 통해 흥을 돋우기도 한다. 그런 놀이 중 하나가 빈상여놀이다. 출상할 때 상여를 무사히 운구하기 위해 전날 밤 미리 상여 앞소리꾼과 상두꾼이 모여 빈 상여를 메고 함께 발을 맞춰보는 빈상여놀이를 하면 상가에서 상두꾼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장난기 많은 상주 친구가 나서 거짓 상주 노릇을 하기도 하고, 가당찮은 넋두리를 하다 보면 상주가 실소를 터뜨리기도 하며 위로를 받는다. 빈상여놀이는 유족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즐겁게 놀아야만 고인이 극락왕생하여 자손들에게 많은 복을 준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진도에서 전승되는 국가무형문화재인 ‘진도다시래기’와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암사동 마위절 마을의 ‘호상놀이’가 바로 이 빈상여놀이이다.
팔도 장터를 사로잡은 민속극 덧뵈기
민속극은 마당돌이의 일종이다. 우리 고유의 굿과 외래악인 기악이 합해지고 중국의 나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산대희로 연결되며 우리나라 민속극이 형성되었다. 조선시대 후기 전문 유랑예인집단인 남사당패는 민속극 유형인 가면극 ‘덧뵈기’를 만들어 전국의 장터를 떠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다. ‘덧뵈기’는 재담과 해학인 동시에 일종의 풍자극으로 양반과 서민의 갈등을 그려낸다. ‘덧뵈기’는 경기도 안성과 평택, 충남 당진, 경남 진양, 전남 강진 등 전국에 산재된 ‘사당골’ 또는 ‘불당골’ 등의 명칭을 지닌 곳에서 전승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