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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농민을 위한 지침서에서

역사의 보물이 된 농서

THEMA_ZONE2019.12월호

한 가족의 삶이 그해 농사로 결정이 되던 때가 있었다. 만백성이 모두 농업을 생업으로 삼던 그 시절 농사를 잘 짓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하늘과 땅이 하는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학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방법으로 씨를 뿌리고 더 좋은 농기구로 밭을 갈면 가을 추수 때 농민들의 시름을 한뼘이라도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쏟아진 농서, 농민들의 보물에서 이제는 역사의 보물이 되었다.
농사직설
조선 전기(1392~1592), 정초와 변효문이 작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농서이다. 백성을 너무나 사랑하여 한글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을 남긴 세종대왕은 우리와 맞지 않는 중국의 농서를 더듬더듬 읽어 농사를 짓는 우리 백성들이 안타까웠다. 이에 세종대왕은 정초와 변효문에 명해 전화기도 컴퓨터도 없던 그 시절 만백성을 전수 조사해 지역의 실질적인 농사를 기록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우리 농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이앙법을 처음 소개했다. 세종대왕은 단순히 이 책을 편찬한데 만족하지 못하고 1429년에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편찬해 각도의 감사와 주・부・군・현 및 경중의 2품 이상에게 널리 나누어 주었다. 백성들은 현실에 맞는 농사책이 나왔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했다고 한다.


농사직설 / 이미지 출처 : 경상북도산립과학박물관 ▶
농가월령
조선 후기(1593~1863), 고상안이 조선 후기 문경지방을 중심으로 24절기에 맞게 각 절기마다 필요한 농사기술을 서술한 농서이다. 광해군 때 사람인 고상안은 관직에 물러 죽기 전까지 문경에서 농사를 지으며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남부지방의 현실에 맞게 서술된 지역농서이면서 동시에 농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적혀있다는 것이다. 비록 원문은 한문으로 적혀 있지만 그것을 풀어쓰기 위해 이두와 한글도 병행한 언해본을 간행해 한문을 읽지 못하는 농부도 읽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게다가 시계나 달력이 없는 당시 누구나 쉽게 시점을 알도록 24절기를 기준으로 한 것을 보았을 때 현장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뚜렷이 알 수 있다. 임진왜란 직후, 전쟁으로 파괴된 농업생산의 기반을 시급히 복구하고자 하는 시대적 절박함이 담겨 있어 더욱 가치를 지닌다.


농가월령 / 이미지 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산림경제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이 작성한 농서이자 향촌 사회의 지침서이다. 농사법은 물론 농촌의 주택선정부터 약초와 특용작물 재배법, 가축과 물고기의 사육, 해충구제에 의학 처방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홍만선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아 이 책의 정확한 집필 연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홍만선이 여러 곳의 지방관을 역임하였고, 이 책은 그의 말년에 지어졌다는 것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농가집성』에 수록된 『농사직설』과 『금양잡록』, 『사시찬요초』 등 우리와 중국 농서를 두루두루 참고해 작성됐다. 당시 향촌의 삶이 어떠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산림경제 / 이미지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색경
조선 후기(1593~1863), 박세당이 중국의 여러 농서를 참고하고 자신의 농사경험을 종합해 저술한 농서이다. 중부지방의 소규모 농업생산에 적합한 밭농사 중심의 농업지식을 체계화하였다. 색경은 여러 중국농서를 참고해 본인이 경험한 것을 서술하고, 국내 농서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지주에 의한 대규모 농장경영보다 소규모 농지를 가진 자영농이 많은 중부지방의 현실에 딱 맞춘 농서이다. 종래의 농서에 비해 내용이 광범위하고 체계화되어 이후에 집필된 『산림경제』와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이 책에는 담배의 재배 및 제조법이 적여 잇고, 농작물마다 의료품으로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덧붙여 설명했다. 농학체계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금양잡록
조선 전기(1392~1592), 강희맹이 은퇴 후 금양(현재 시흥시)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노농과 대화하며 저술한 책으로 『농사직설』에 빠진 부분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강희맹은 소농경영에 적합한 기술과 품종을 정리, 보급해 소농경제의 안정에 기여하고자 80여 종이나 되는 작물을 적고 그 특성을 다루었다. 각각의 품종에 걸맞는 재배법부터 자연재해, 토양선택 문제 등을 논하고, 농부들이 부르던 노동요까지 적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농서로서의 특성을 보여준다.
임원경제지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에 의해 편찬된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이다. 무려 113권 52책으로 이루어져 『임원십육지』, 『임원경제십육지』라고도 불린다. 이 책은 전원생활 하는 선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적은 백과 전서로 생활과학서의 성격을 지닌다. 서유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선과 중국의 다양한 서적을 참고했는데 실학자였던 그의 조부와 규장각에서 연구한 이력과 자신이 직접 십수년 간 고향에서 농촌 생활을 경험한 것이 모두 이 책에 담겨 있다. 경험과 이론, 모두가 녹아있는 농서이다.










임원경제지 / 이미지 출처 : 경상북도산립과학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