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흔히 속이 좁은 사람에게 비유하는 '밴댕이소갈딱지'라는 말의 유래를 아시나요? 밴댕이가 다른 생선들보다 내장이 작기도 하고 그물에 걸리면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바로 죽어버리기도 해서 생겨난 말 입니다. 그런데 사실 생선은 몸통의 반 이상이 내장이지만 밴댕이는 내장이 작아 통째로 먹어도 괜찮을 만큼 살코기로 가득 찬 생선이기도 해요. 밴댕이 맛의 진수를 아는 미식가들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인천을 찾습니다. 아름다운 이 계절 5월에 꼭 먹어봐야 할 제철음식으로 정조대왕과 이순신장군,
그리고 중국 황제 영락제도 모두 반한 밴댕이를 소개합니다.
정조대왕 / 이미지출처 : 문화재청
이순신 장군 / 이미지출처 : 문화재청
영락제 / 이미지출처 : 네이버지식백과
우리나라에서 밴댕이 식용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중국 황제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조선 밴댕이의 맛은 유명했는데요. 그 내용은 『세종실록』 1424년(세종 6) 7월 8일 기사에 명나라의 전성기를 연 제3대 황제 영락제가 조선의 사신에게 분부한 내용 중에 밴댕이를 보내라는 요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효자로 유명했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또한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오뉴월 밴댕이젓을 선물로 보냈을 만큼 5월의 밴댕이맛은 유명하지요. “5월 17일 밴댕이 한 두름을 하사받았다. 5월 20일 밴댕이 네 두름을 하사받았다(중략)”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기록된대로 정조는 규장각 신하들에게 줄 하사품으로 밴댕이를 선택했다고 해요.
밴댕이구이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밴댕이구이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밴댕이조림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밴댕이무침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밴댕이는 청어과로 등은 푸르고 배는 은백색이어서 얼핏 보면 전어랑 비슷하지만 전어보다 크기가 작은 생선이에요. 크기만 작을 뿐 맛은 농어나 민어에 못지않아서 예로부터 구이ㆍ무침ㆍ조림ㆍ찌개ㆍ찜ㆍ탕ㆍ회 등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이용되었습니다. 또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눈 또한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5월부터 7월 사이 산란을 준비하기 때문에 이때 가장 살이 많이 오르고 기름기도 많다고 해요. '오뉴월 밴댕이'라는 맛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지요.
밴댕이회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밴댕이회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세월이 단오절에 가까워지면
고깃배가 바닷가에 가득차네
밴댕이가 시장입구에 가득 쌓이니
은빛 눈이 마을길을 덮었구나
상추에 싸먹으면 맛이 뛰어나고
보리밥 먹을 때도 단맛이 나네
농가에 이것이 없다면
생선 맛을 능히 알기에는 부족하리라"
밴댕이를 이용한 요리 가운데 밴댕이구이와 밴댕이젓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상추에 싸먹으면 맛이 더욱 뛰어나다며 광해군 때의 시인 이응희는 밴댕이를 소재로 시로 쓸 만큼 밴댕이회의 맛을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뼈째 잘게 썬 밴댕이회와 그것을 매콤한 양념에 무친 밴댕이회무침은 오래전부터 인천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천광역시의 향토음식입니다.
밴댕이회무침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밴댕이회무침거리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인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구 북성동 차이나타운 옆의 밴댕이골목과 남동구 구월3동의 밴댕이골목이 유명하고, 중구 연안부두에는 ‘연안부두 밴댕이 회무침거리’가 조성되어 관광객들의 명소로 알려져 있지요. 봄의 절정을 알리는 활기찬 계절
5월입니다. 아직 오뉴월밴댕이를 맛보지 못했다면 서해로 떠나볼 것을 권합니다.
인천 연안부두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