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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오죽헌의 어느 마을에 사는 권 노인이 서울에 나들이 갔다가 그만 죽었고 말았습니다. 같은 날, 권 노인과 한마을에 사는 최 씨의 아버지도 죽었죠. 권 씨의 아들은 많은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로 살며 제사를 지낼 때 이웃의 늙은이들까지 다 초대하여 제사를 지냈고, 최씨는 가난하여 밥 한 그릇만 올렸지만 정성껏 제사를 지냈습니다.

어느 날 최 씨가 장사하러 갔다가 그만 아버지의 제사에 늦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제사에 성의를 다하던 그였기에, 급하게 집으로 향했죠. 그러나 대관령 절반쯤 이르렀을 때 한밤중이 다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지팡이 끄는 소리가 났습니다. 돌아보니 죽은 권 노인이 있었습니다. 권 노인은 아들네 집에 제삿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고 둘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도착할 무렵, 닭이 울었습니다. 권 노인은 최 씨에게 “나는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만하네. 자네가 우리 집에 가서 우리 애에게 내년부터는 제발 닭이 두 번 운 후에 제사를 지내라고 하게. 여기만 오면 닭이 울어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네. 이 때문에 내가 제삿밥을 못 받아먹은 지 여러 해가 되었네. 혹시 내 아들과 동네 사람들이 헛된 소리라 하며 믿지 않으면, 아무 서장 안에다 글 한 수를 지어 놓은 것이 있으니 그걸 찾아보라고 하게. 그 글을 보면 믿을 걸세.” 하며 떠났습니다.

최 씨는 권 노인의 아들 집에 가 권 노인이 말한 내용을 전해주었습니다. 닭이 운 뒤에 제사를 지내라는 말에 권 노인의 아들과 마을 사람들은 헛소리라며 코웃음 쳤지만, 노인이 말해준 대로 서장 안에 글 한 수를 확인해보니 과연 그대로였죠. 이후 권 씨는 닭이 두 번 운 후에 제사를 지내게 되었고 권 노인은 제삿밥을 받아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충남 당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젊은 과부가 아들 하나를 키우며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아들은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했고, 결국 과부는 며느리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도 며느리를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억울하다 하셨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야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결혼을 하게 된 아들은, 장가 간 뒤에도 어머니의 제삿날이 되면 제사를 지냈습니다. 아들이 제사를 지내는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과는 달랐습니다. 아들은 제사를 지내기 전 등불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고, 제사상 앞에 펴놓은 이부자리로 들어가 누웠습니다. 그 후에는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나서 다시 등불을 들고 저만큼 갔다 돌아왔습니다.

어느 해 어머니의 제삿날, 부부의 집에 제사에 대해 잘 아는 학자가 머물게 되었습니다. 학자는 아들이 제사를 지내는 방법을 지켜보았고 왜 제사를 그렇게 지내는지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들의 사정은 이러했습니다.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온 것은 어머니를 마중 나간 것이고, 이부자리에 누운 것은 자기가 잘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제사를 지내고 나간 것은 어머니를 배웅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아들의 제사는 그 어떤 형식적인 제사보다도 어머니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정성 어린 제사법이었죠. 이유를 들은 학자는 아들 부부의 제사 방식은 어느 누구의 제사 방식보다 훌륭한 것이라며, 계속해서 그렇게 지내라고 말해주었답니다.

울산광역시 울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한 늙은 어머니가 소고기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아들에게 “내가 죽거들랑 소 잡아서 제사음식 차리지 말고 내가 살아 있을 때 소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주렴.”하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소고기를 실컷 드실 수 있게 해드렸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은 어머니의 유언대로 제사를 지내지 않았습니다.

저승에서 혼령들은 제삿날이 되면 제사음식을 함께 먹으러 갔다가 돌아와서 다른 혼령들과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제사를 지내지 않아 나누어 먹을 음식이 없었기 떄문에, 다른 혼령들이 주는 제사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대장 혼령이 이유를 묻자 어머니는 “내 살아생전에 제사 지내지 말라고 미리 유언을 하고 왔기 때문에, 나는 품을 갚을 길이 없어 제사음식을 안 먹을테요.”라고 말했습니다. 대장 혼령은 어머니에게 음식을 갚을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 음식을 먹으라고 권했죠.

어머니가 음식을 먹자 대장 혼령은 어머니에게 부적 하나를 주며, 아들의 머리에 붙이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부적을 아들의 이마에 붙이자마자 아들은 머리가 아파 죽겠다고 야단이 났습니다. 아들은 점쟁이에게 가서 이렇게 아픈 이유를 물었죠. 그러자 점쟁이는 “어머니 제사를 안 지내서 그렇소. 지금이라도 가서 어머니 제사를 착실히 해서 지나면 대번에 나을 거요.”하고 말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의 제삿날도 아니었지만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제사를 지냈고, 이후 아들의 병도 깨끗이 나았습니다.

충북 영동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황가 성을 가진 노비가 총명한 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진사과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고, 진사가 된 후로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썼습니다. 어느 날, 제자들은 예(禮)에 밝은 스승의 제사 지내는 모습이 궁금해 몰래 그의 집으로 따라가 제사 지내는 모습을 훔쳐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황 진사는 모둠밥만 놓고 절만 수없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튿날, 제자들은 황 진사에게 어째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제사를 지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황 진사는 “나는 글자나 해서 진사가 됐지만, 우리 부모님은 김 진사 댁 노비였다네. 내가 예법을 갖춰서 제사를 지내면 부모님께서 편치 않아 제삿밥을 못 드시지 않겠나. 그래서 부모님이 평소에 드시던 모둠밥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역시 우리 선생님은 예를 아시는 분”이라며 치켜세웠다고 합니다.

헛제사밥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하나는 유생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배가 고픈데 양반 체면에 손수 음식을 장만하여 먹을 수가 없어서, 하인들에게 제사음식을 장만하도록 하여 헛제사를 지낸 후 이를 먹었다는 설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사음식을 좋아한 원님의 이야기입니다. 진주에 부임한 원님은 어느 양반댁에서 보내온 제사음식을 먹은 뒤 맛이 참 좋다고 했죠. 그때부터 아랫사람들은 가끔씩 제사음식을 구하여 원님께 올렸습니다. 그러자 원님은 더더욱 제사음식을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원님이 먹고 싶을 때마다 제사음식을 구할 수 없었던 아랫사람들은 따로 제사음식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만든 제사 음식에는 향내가 배어있지 않았고, 이를 알아챈 원님은 진짜 제사음식을 구해오라고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결국 아랫사람들은 진짜 제사를 올리는 것처럼 향과 초를 피우면서 제사음식을 만들어 올렸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용인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소금 장수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양지바른 쪽에 두 개의 무덤이 있어, 그사이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소금 장수 옆에 있는 무덤에서 부부 혼령이 나와 본인들의 기일이니 제삿밥을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남편 혼령은 귀찮다고 가지 않았고, 부인 혼령만이 제사 음식을 먹으러 가보니 밥에는 바위가 있고 탕에는 구렁이가 있었습니다. 성의 없는 제사 음식에 화가 난 부인 혼령은 며느리가 업고 있던 손자를 아궁이에 던져버렸고, 손자는 크게 화상을 입었죠.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남편 혼령은 아내를 나무라며 “어느 집 안방에 있는 각시풀을 쪄서 몸에 바르면 손자가 나을텐데” 하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치료법까지 모두 엿들은 소금장수는 날이 밝자 수소문 끝에 아이가 다친 집을 찾아갔습니다. 부부 혼령의 말대로 아이는 크게 화상을 입은 상태로 거의 죽기 직전이었죠. 소금장수는 며느리에게 아이를 치료할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소금장수의 말대로 각시풀을 가져다 쪄서 아이 몸에 발라주었더니 아이는 금방 회복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