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로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위해서 가엾이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매일 쓰기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자를 몰라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 고유의 문자 한글. 한글날인 10월 9일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한글날을맞이하여 지역N문화 속 한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여주 한글시장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세종대왕하면 떠오르는 한글을 전통시장의 테마로 삼은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도 여주시의 한글시장인데요. 본래 구 중앙로상점가였던 이 시장은 문화와 체험형 관광 콘텐츠가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자 ‘여주한글시장’으로 개편되었습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시장 곳곳에 방문객의 눈길을 끄는 세종대왕상, 한글을 연상시키는 조형물, 한글 표지판들이 설치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장 곳곳에는 세종대왕의 생애와 한글 탄생의 역사를 벽화나 조형물로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죠. 시장 골목골목 숨어 있는 벽화와 한글 조형물들을 발견하며 여주 한글시장을 즐겨보세요.
세종대왕의 눈병을 고친 초정 약수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에 한창 몰두할 때였습니다. 밤낮없이 집중해서인지 특히 눈이 피로하기 시작하더니 벌겋게 부어오르고 시야가 흐려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 무렵 세종대왕은 ‘청주의 약수가 눈병에 효험이 있다’는 보고를 듣고는 한글 창제로 소란스러운 조정을 떠나 청주로 향했습니다. 청주 초정 행궁에 도착한 세종은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며칠을 치료하자 눈병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세종대왕의 여러 업적을 이루는데, 초정 약수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주 쾌재정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상주와 문경에는 인천 채씨와 관련된 누정이 두 곳 있습니다. 그중 쾌재정은 조선시대 문신 채수(蔡壽, 1449~1515)가 1506년 중종반정 이후 처가로 내려가 지은 정자입니다. 채수는 이곳에서 10년 정도 시문을 짓고 글을 쓰면서 지내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채수의 쾌재정이 남다른 것은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소설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채수는 낙향하여 본인이 쓴 한문소설의 한글 번역본으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한글소설 『설공찬전』(1511년) 을 저술했습니다. 이는 1612년 허균이 완성한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보다 100여 년 정도 앞선 일이었죠.
뿌리깊은나무박물관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뿌리깊은 나무」는 1976년 군사정권 당시 창간된 최초의 가로쓰기 순우리말 전용 잡지입니다.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출판 언론인이었던 한창기 선생은 한국의 토박이 문화를 강조하며, 생전 약 6,500여 점의 유물을 모았습니다. 그의 사후 순천 낙안읍성 성벽 외곽에 건립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는 한창기 선생의 유물이 모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관은 상설전시실과 한창기실, 기획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창기실에는 그가 출판한 「뿌리깊은나무」, 「샘이 깊은 물」 등의 잡지와, 영문으로 쓰인 한창기 선생의 편지와 한글로 쓰인 육필 원고 등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