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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옛날부터 우리 지역 곳곳에는 걱정을 해결해주고 병을 치료해주기도 했던 신비한 물건과 장소들이 있었습니다. 어디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찾아 떠나볼까요?

경상북도 경주 - 모든 근심 걱정을 해결해주는 피리, 만파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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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근심 걱정을 해결하는 피리, 만파식적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신라 31대 임금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의 뜻을 받들어 경주시에 감은사를 세웠습니다. 어느 날 바닷일을 보던 해관 박숙청이 신문왕에게 아뢰기를, “동해안을 살펴보니 한 작은 산이 감은사를 향해 둥둥 떠오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길흉을 점치는 이에게 물어보니 “용신(龍神) 문무왕과 천신(天神) 김유신이 큰 보물을 주려는 것입니다. 나가서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신문왕은 감포읍 대본리에 있는 이견대로 향했고 날씨가 잠잠해지길 기다렸습니다.

바다의 물결이 잔잔해진 후 신문왕이 배를 타고 산에 들어가니 용 한 마리가 검은 대나무를 바치며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게 되면 천하가 평화로울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신문왕은 그 대나무를 가지고 돌아와 용의 말대로 피리를 만들어 왕실의 보물창고인 천존고에 보관하였습니다. 이 피리를 불게 되면, 침입한 적병이 물러가고 가뭄에는 비가 내리며 비바람이 몰아치다가도 잦아들었으므로 ‘물결을 쉬게 하는 피리’라는 뜻에서 ‘만파식적’이라 불렀습니다.

강원도 홍천 - 신분에 따라 다른 술이 나오던 술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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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에 따라 다른 술이 나오던 술샘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강원도 영월군에 ‘주천(酒泉)’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습니다. 주천(酒泉)의 한자를 풀어서 보면 ‘술샘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술샘에서는 이름 그대로 물이 아니라, 술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이 술샘은 사람 신분이 낮은 사람이 가면 탁주가 나오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면 약주가 나오는 신비로운 술샘이었습니다.

어느 날 신분이 낮은 젊은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 과거시험에 장원 급제했습니다.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술샘 앞에 서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도 이제 신분이 높아졌으니 약주가 나올 것이야”라고 큰소리를 치고 물을 떴습니다. 그러나 젊은이의 예상과는 달리 탁주가 나왔죠. 당황한 젊은이는 몇 번이고 술샘의 물을 떠보았지만 계속해서 탁주만 나올뿐이었습니다. 화가 난 젊은이는 술샘을 향해 옆에 있던 커다란 돌을 던졌고 그 후 술샘은 젊은이가 던진 돌에 막혀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메말라 버렸다고 합니다.

인천광역시 남구 - 산모의 젖을 나오게 해주는 삼신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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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젖을 나오게 하는 삼신우물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인천광역시 남구 지역에는 출산 후 음식 금기와 우물과 관련해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을의 한 산모가 아이를 낳았는데 젖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산모는 우물에 가서 바가지에 우물물을 담고 젖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빌면서, 물을 조금씩 흘리며 집까지 돌아왔습니다. 신기하게도 이후부터 젖이 잘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산모는 아이를 낳고 초상집에서 해온 밥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부정을 탔는지 젖이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산모도 삼신 우물에 찾아가 젖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집까지 우물물을 흘리면서 왔다고 합니다.

강원도 홍천 - 삼봉약수로 사람들을 치료한 권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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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로 사람들을 치료한 권대감과 삼봉약수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권대감’이라 불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권대감이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치다가 잠깐 머리를 식히려고 밖으로 나와 마당을 거닐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학 한 마리가 날아가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학이 떨어진 곳을 가보니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계곡에서 가냘픈 학의 울음소리와 함께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신기하게도 날개가 부러진 학이 다시 날아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권대감은 신기해서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학이 떨어졌던 바위틈에서는 물이 샘솟고 있었습니다. 권대감은 상처 입은 학이 바위틈에서 솟는 물 때문에 다시 날아갈 수 있었다고 여겼고, 그 물로 마을 주민들의 병을 치료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시설이 없던 때라 다친 사람이나 아픈 사람들이 약수로 씻거나 물을 마시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한편, 이 물은 영험해서 부정한 사람이 오면 흙탕물이 되거나, 뱀이 나타난다고도 합니다. 이곳이 바로 지금의 홍천 광원리에 있는 삼봉약수터입니다.

전라북도 부안 - 신기한 요술부채로 풍족한 귀양살이를 한 왕등도 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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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요술부채를 갖고 있는 왕등도 전씨 / 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옛날 서산(지금의 전북 부안군)에는 귀양살이 섬으로 알려진 왕등도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전씨 성을 가진 양반이 한양에서 죄를 짓고 귀양을 왔는데, 전씨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인 요술부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이 부채는 안으로 부치면 재물이 들어오고, 밖으로 부치면 재물이 나가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어느 날, 전씨가 바다를 보니 한양으로 곡식을 싣고 가는 세곡선이 보였습니다. 이에 전씨가 바닷가로 가서 안쪽으로 부채질을 하자, 세곡선은 왕등도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배가 왕등도에 도착하자 전씨는 세곡선에 다가가 “이보시오. 나는 한양에서 귀양 온 양반인데, 이곳에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소. 그러니 나에게 곡식을 조금만 나눠주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선원들이 줄 수 없다고 하자 전씨는 “곡식을 주지 않는다면 이 섬을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것이오.”라며 겁을 주었습니다. 선원들은 왕등도를 벗어나기 위해 노를 저었지만, 정말 전씨의 말대로 왕등도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배 안의 한 늙은 선원이 다른 선원들에게 “이보게 아까 우리에게 곡식을 나눠주란 양반의 말대로 해봅시다.”라고 말했습니다. 늙은 선원의 말에 따라 선원들은 여러 섬에서 모은 곡식을 조금씩 덜어 주었습니다. 그제서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도 전씨는 곡식이 떨어질 때마다 지나가는 세곡선을 불러들여서 음식이 풍족한 귀양살이를 지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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