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입동이 다가오면서 김장철을 맞이했어요.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오랜 역사가 있지요.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양념으로 김치를 담그는데요. 지역 곳곳의 각기 다른 특색이 있는 고유의 김치를 소개합니다.
이미지출처 : 농촌진흥청, 한국음식문화
오랜 역사를 지닌 충청북도의 향토음식 가지김치 들어보셨나요? 조선시대에는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로 김치를 만드는 특유의 김치문화가 발전했는데요. 그중에서 충청도 지방의 김치는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추구하여, 양념을 많이 쓰지 않아 은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에요. 충청도 지방의 여러 김치 가운데 오랜 역사를 지닌 김치 중 하나가 바로 가지김치인데요. 충청북도의 가지김치는 생가지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가지를 뜨거운 물에 데쳐서 하루 정도 건조시킨 후에 김치를 담근다는 점에서 타 지역의 가지김치와 다른 특징이 있어요.
이미지출처 : 문화재청
우리나라에서 김치문화가 가장 발달한 지역을 꼽으라면 전라도 지역을 꼽을 수 있어요. 그 이유는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 중 김치의 맛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젓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지역이기 때문이죠.
여러 전라도 김치 중에서 양반들이 즐겨먹었다는 ‘반지’는 백김치와 붉은 김치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국물이 많은 동치미나 백김치와는 달리 국물을 자박하게 준비하는 점과 고운 고춧가루를 과하지 않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반지란 이름이 붙었어요. 반지의 한자 명칭이 알려진 것은 없지만, 아마도 절반을 뜻하는 ‘반(半)’자와 오이지, 섞박지, 짠지 등과 같이 ‘지(漬)’ 자가 붙어 형성된 이름으로 추정돼요.
반지는 재료에서도 소고기, 버섯, 견과류 등의 재료를 사용하며 맛이 자극적이지 않은 점에서 매우 고급스런 김치랍니다. 옛날에는 전라도의 양반들이 즐겨 먹었던 김치라고 하며 어른들의 생신이나 중요한 잔치에 장만하는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어요.
이미지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순무섞박지는 이름 그대로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를 이용하여 담근 것이에요. 순무는 배추 뿌리처럼 뾰족한 삼각형 모양이고 무청이 많이 달려 있지 않지만 길이가 길어요. 순무는 일반 무와 달리 단맛이 나고 쌉쌀한 맛과 겨자 특유의 향과 매운맛이 특징인데요. 순무섞박지는 무, 배추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담근 김치로, 강화도의 특산품인 순무와 새우젓, 고춧가루, 생강, 마늘, 대파 등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져요. 순무 특유의 씁쓸하고 달큰하며 독특한 향이 각종 양념과 조화를 이루면서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답니다.
이미지출처 : 한식문화사전, 지역문화
고들빼기김치는 소금물에 삭혀 쓴맛을 제거한 고들빼기를 멸치젓국,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의 양념에 버무려 담근 전라남도 지방의 향토음식이이에요. ‘고들빼기’라는 특이한 이름의 유래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할게요.
전라도 전주에 살던 고씨 두 형제와 그들의 친구 이씨, 백씨 등 네 명이 어느 날 산에 놀러갔다가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어요. 그들은 길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며칠 동안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었어요.
네 사람은 준비해 온 먹을 것도 이미 다 떨어졌고 굶주리게 되자 시장기를 면하기 위해 산에서 나는 야생풀이라도 뜯어 먹기로 했죠. 그러던 중 이름 모를 풀이 잔뜩 있는 것을 보고 뜯어 먹어보니 맛이 쌉쌀하면서도 좋았답니다. 다행히도 네 사람은 산속에서 화전민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었고, 마을로 돌아올 때 맛이 좋았던 그 풀을 캐내어 가져왔어요. 그 풀을 본 마을 사람들은 고씨 형제와 이씨, 백씨가 발견한 풀이라는 뜻에서 ‘고둘백이’라 불렀답니다. 이후 ‘고둘백이’가 ‘고들빼기’로 변형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이미지출처 : 한식문화사전, 농촌진홍청
제주에는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이용한 김치가 많아요. 제주 김치의 특징은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인 환경 때문에 육지에 비해 식재료가 귀하고 제한적이어서 김치의 종류 또한 내륙지역에 비해 단순하고 적은 편이에요. 이로 인해 양념을 적게 쓰다보니 김치의 주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살린 김치가 만들어졌어요.전복김치는 청각김치, 톳김치와 같이 제주 김치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의 하나에요. 조선후기의 고문헌에서도 식용의 기록이 확인되는 음식으로, 주로 전복과 유자의 주산지인 제주도와 남부 해안지방에서 만들어 먹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