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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문화가 깃든 우리 지역 이야기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한 해를 보낸 2020년이 벌써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12월은 본격적으로 한겨울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그 때 그 시절, 겨울은 어땠을까요? 추운 겨울날 연탄불을 데워 훈훈해진 방에서 손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던 시절. 아빠가 퇴근길에 사오는 따끈한 군밤에 마음이 더 포근해지던 그 겨울의 순간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연탄은 월동준비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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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지금처럼 도시가스 보일러 난방장치가 보편화 되기 전에는 대다수의 가정에서 연탄보일러로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을 어귀에만 들어서면 월동준비로 집집마다 미리미리 연탄을 쌓아두었던 때이지요. 금방 만들어져 나온 젖은 연탄을 사용하면 연탄이 불완전하게 탈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 발생량이 많기 때문에 가을에 받아두면 연탄이 말라 불도 잘 붙고 연탄가스 발생도 적어 좋았죠. 연탄 준비는 배추김장과 더불어 월동준비 제1호로 꼽혔습니다. 아직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곳곳에선 입동이 시작되면 연탄 배달이 한창이랍니다.

1970년대의 연탄배달 차량은 ‘딸딸이’로 불리던 삼륜 화물차로 사택 단위나 마을 단위로 찾아다니면서 공터에 연탄을 내려 놓았어요. 주민들이 신청한 숫자대로 누구는 한 바리(연탄표 1장, 연탄 138장), 누구는 두 바리 혹은 세 바리 하면서 뭉텅이로 남겨두었지요. 그러고 나면 주민들은 각자 표시된 자기 집 연탄을 나르느라 온 가족이 부산했답니다. 1970년대 후반 들어서는 연탄 나를 때 요긴한 도구로 연탄 두 장 혹은 세 장까지 한 번에 들어 올리는 연탄 집게가 나왔어요. 손도 지저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이 나를 수 있어 요긴하게 애용됐답니다.

추운 겨울날 새벽까지 파는 군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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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군고구마와 더불어 겨울철 간식으로 사랑 받는 군밤 좋아하시나요? 요즘에는 노릇노릇한 군밤을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지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밤에 길목에서는 군밤을 파는 상인들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밤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옛날부터 먹은 과실이에요. 조선시대에는 평양밤과 양주밤이 유명했는데 일제강점기에도 명성이 이어 졌어요. 특히 평양밤은 당도가 높아 일본으로 많이 옮겨지기도 했어요.일제강점기부터 군밤 장수의 수가 많아지는데 주로 도시에서 낮부터 새벽 2시까지 화로에 밤을 구워 팔았어요. 밤을 간식으로 먹을 때 흔히 구워 먹었는데 군밤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야식 이었어요. 기계로 밤을 익혀서 팔수도 있었지만 군밤 장수는 대부분 화로에 밤을 구워 팔았어요. 그들은 가을부터 봄까지 군밤을 팔고 늦봄부터 여름까지 아이스크림 장수로 변신하기도 했답니다.

너무 귀해서 나무를 잘라버렸던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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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겨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제철과일은 바로 귤이지요. 옛날부터 제주도의 귤은 신기한 과일로 여겨져 동지 때가 되면 제주에서는 궁으로 귤을 조공하였어요. 또, 귤이 궁에 들어오면 이를 축하하기 위하여 성균관과 동・서・남・중의 4개 학교의 유생들에게 과거 시험 후 감귤을 나누어 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귀히 여겨졌기에 관청에서는 열매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달고 하나라도 없어지면 엄한 형을 주었어요. 이것을 빌미로 각종 수탈로 이어져 일부러 감귤나무를 태워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답니다. 김상헌(金尙憲)의 『남사록 (南槎錄)』에 의하면 “해마다 7, 8월이면 목사는 촌가의 귤나무를 순시하며 낱낱이 장부에 적어두었다가, 감귤이 익을 때면 장부에 따라 납품할 양을 조사하고, 납품하지 못할 때는 벌을 주기 마련이었다. 이 때문에 민가에서는 재배를 하지 않으려고 나무를 잘라버렸다”고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귀신아 물럿거라! 동짓날 먹는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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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지역N문화


동지팥죽은 한해의 마무리를 잘하고 새해 농사의 풍작과 가정의 무고를 바라는 조상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따뜻한 음식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동지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에요. 동지가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기운이 싹트는 절기로 여겨 경사스러운 날로 인식되었어요. 이 때문에 동지팥죽에는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나이 수만큼 넣어 먹는 풍습이 생겨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라거나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도 있지요.

옛사람들은 동지를 귀신이 돌아다니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팥죽으로 먼저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내고 난 다음 집안 곳곳에 한 그릇씩 놓아두기도 했어요. 또 팥죽을 대문이나 벽에 뿌리면 재앙을 면하고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어릴 적 어른들의 “동짓날 팥죽을 먹어야 겨울에는 감기 들지 않고, 여름에는 더위를 먹지 않는단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죠? 올해 동지는 12월 21일인데요, 이날 우리 팥죽을 먹으며 2020년 한해의 끝을 잘 매듭짓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겨웠던 지나간 2020년 경자년은 잘 보내고, 다가올 2021년 신축년에는 희망찬 일들로 가득한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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